" 그린랜드 : ‘완전 패권국’ 노리는 트럼프의 탐색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한민국 영토의 21.7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세계에서 제일 큰 섬 그린랜드를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파나마운하 반환 요구,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농담 같은 진담 그리고 오랫동안 ‘멕시코 만(灣·Gulf of Mexico)’으로 불려 온, 텍사스로부터 플로리다에 이르는 미국 남쪽 바다를 앞으로는 미국만(Gulf of America)이라고 부르자는 등의 발언을 한 트럼프를 최악의 제국주의자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 취임을 일주일 정도 남긴 무렵 호주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주도 미국의 한 주로 편입시켜 달라는 황당무계한 제안을 했다. 호주를 미국의 53번째 주로 만들어 호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인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이웃 나라 뉴질랜드를 52번째 미국의 주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처럼 일견 황당무계해 보이는 트럼프의 제안들은 사실은 오랫동안 고심해 온 미국의 세계 전략이 본격적으로 구현되는 것으로 보아야 옳다. 미국은 물론 세계의 모든 강대국은 저마다 자신이 궁극적으로 세계의 패권국이 되겠다는 대전략을 가지고 있다. 2025년 초반인 현재, 앞으로 며칠 후 역사상 가장 막강한 미국 대통령에 취임할 트럼프는 미국이 진짜 ‘완전 패권국’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패권국 혹은 초강대국이라고 불렸지만 사실은 미국이 모든 일을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시절은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었을 때 미국은 적어도 군사력에서 만큼은 미국과 대등하거나 혹은 더 강하다고 평가되었던 소련과 경합해야만 했다. 소련이 떡 버티고 있던 시절, 미국은 북한·북베트남·1950년 대의 중공 등 3등급 공산 국가들이 벌이는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없었다. 뒷배인 소련과 직접 전쟁을 벌일 엄두를 내지 못해 북한·중공과는 비기고 북베트남과의 싸움에서는 지고 말았다.
소련이 붕괴된 후 약 10년 정도 미국은 유일 패권국의 지위를 누리는 듯했지만 오랫만에 휴일을 맞이한 미국의 지도자들은 대전략을 수립하고 세계 문제에 대처하기보다는 오히려 ‘역사의 휴일’을 즐기고 싶어 했다. 소련을 붕괴시킨 후 넋 빠진 것처럼 쉬고 있던 미국의 모습을 로버트 케이건 박사는 ‘역사의 휴일’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미국 홀로 패권국이 되어 즐기려 했던 역사의 휴일은 오래 가지 못했다. 소련 붕괴 10년 만에 미국은 최악의 테러 공격을 당했고 테러리즘과 싸우느라 정신 못 차리는 동안 과거 소련보다 오히려 훨씬 막강한 주적 중국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1기 재임 당시 중국의 도전을 멈추기 위한 노력에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2017년 이후 벌인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통해 중국 경제성장의 동력을 꺾어 놓은 트럼프는 2000년 선거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중국 두들겨 패기 전략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었다. 다행스러운 일은 허약하기는 했어도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의 도전에 대응했고, 중국은 자신이 야기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트럼프로부터 당한 경제 부상을 치료할 수 없었다.
트럼프는 이제 미국의 완전 패권, 즉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미국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첫 번째 표적으로 그린랜드와 파나마를 택했다. 이미 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의 친이슬람적 정권을 손보겠다고 나선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패권 도전국을 직접 공격하기 위해 그린랜드와 파나마를 미국 휘하에 두겠다고 선언했다. 돈으로 안 되면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이 파나마에게 운하를 넘겨준 이유가 파나마 스스로 운하를 통제하라고 했는데 지금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는 나라는 중국이며 왜 파나마 운하 지역에 중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것냐며 트럼프가 직격탄을 날렸다.
이미 1867년 앤드류 잭슨 대통령 당시부터 미국은 그린랜드에 눈독을 들였고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00만 달러라는 액수까지 제시하며 그린랜드를 구입하고자 했었다. 2019년 1기 임기 시 트럼프는 그린랜드 구입 의사를 밝혔고, 이번에는 그린랜드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함으로써 반드시 접수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그린랜드는 앞으로 인류 최후의 제국주의 쟁탈전이 벌어지게 될 북극 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뿐만 아니라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행패로부터도 완전히 벗어나게 할 것이다. 그린랜드는 자원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온난화의 결과로 열리게 된 세계 최고의 바닷길인 서북항로(Northwest Passage)를 통제할 수 있는 전략 요충지이다. 서북항로는 부산에서 출발, 베링해협을 거쳐 캐나다 북방·미국의 동부를 연결하는 해로로써 기왕의 아시아와 북미 대륙 해로를 통과했던 바닷길 운항의 거리를 거의 1/3 정도 단축시켜 줄 것이다. 다가올 미국의 완전 패권 시대에 대한민국 역시 큰 득(得)을 차지하기 위한 대전략을 수립하자.
2015년 1월 17일 스카이데일리 / 이춘근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