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화역할 변화와 한국교육의 과제"
(2011년 5월 26일 / 교원대학 교장자격연수단 주중한국문화원 방문 특강 / 한국인)
1. 인사말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주중한국문화원 원장 한국인입니다. 다망하신 일정 중에 우리 주중한국문화원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평생토록 우리 대한민국이 오늘의 모습으로 발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에 크게 기여해 주신 교장 선생님 여러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이처럼 훌륭하신 교장 선생님들을 모시고 “21세기 문화역할 변화와 한국교육의 미래”에 관해 저의 소견을 피력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 밝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을 바라보면서 많은 자극과 용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문화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우리 문화를 외국에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이를 통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밝은 미래를 제시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오늘 여러 교장 선생님들과의 만남은 저에게 아주 특별한 감동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가 바로 문화가 세계의 흐름과 발전을 주도하는 시대이며 그 속에서 유구한 역사와 자랑스런 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민족의 후예로서, 21세기 세계 역사의 새로운 흐름을 위해 우리나라가 담당해야 할 역할에 대한 벅찬 감동과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문화의 흐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며, 또한 우리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2. 21세기 문화의 역할 변화
21세기에 들어와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문화의 흐름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대단히 중요하고도 참신한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핵심은 바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들 전통문화를 시대의 흐름에 알맞게 창조하여 인류 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21세기에 들어와 문화적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매우 유익하게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첫째, 과거 오랫동안 정치와 경제의 급격한 변화 속에 가려져 있던 문화의 역할이 이제는 오히려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문화의 위상과 역할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과거 몇 세기 동안 서양의 과학문명으로 상징되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 뒤쳐져 있던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 국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이들 국가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증대됨에 따라 오랫동안 세계사의 변두리에 있던 동아시아 문화가 점차 세계문화의 중요한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셋째, 오랫동안 세계의 발전을 주도해 오던 성장 패러다임이 과학과 산업 위주에서 점차 지식과 문화 위주로 전환되면서 문화력이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새로운 국력이자 경쟁력으로 상징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동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국제사회의 번영에 대한 우리의 역할도 점차 각광을 받아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우수한 전통문화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짧은 시간 내에 현대화를 효과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어 이를 토대로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전통문화는 오랜 발전 과정을 거쳐 계승되어온 결과물로서 안정성과 역사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또한 단기간 동안에 거둔 현대화의 성공적 경험은 역동성과 참신성을 매우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가 갖고 있는 이와 같은 특징은 서방의 여타 선진국이나 개도국이 보유하고 있지 못한 소중한 재산으로 이의 성공적 결합은 향후 국제사회의 공동번영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3. 21세기 문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
따라서 이와 같은 소중한 시대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첫째,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오랜 역사와 전통은 우리 민족이 장구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축적한 삶의 경험철학으로서 오늘이 있게 만든 가장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는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내일을 열어줄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전통문화를 재해석하고 현대화를 통해 체득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생산적으로 조화시키는 일입니다. 문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될 미래사회는 문화의 특수성과 보편성이 함께 조화되어 더욱 다양한 문화가 나타나고 모든 인류가 이를 고루 향유하는 사회로 발전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서방문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의 창조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는 자랑스런 전통문화와 우리가 단기간 내에 이룩한 현대화의 성공적 경험을 더욱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시대의 흐름에 알맞은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역사적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변화의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하며 나아가 변화의 방향을 창의적으로 주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존의 고정적이거나 추상적 관념에서 탈피하여 항상 개방적이고도 실질적 방안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세계의 문화에 대해 포용과 개방적 안목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노력만이 우리 국민이 21세기 문화 흐름에 걸맞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세계 인류로부터 환영을 받을 수 있는 문화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우리 문화를 더욱 세계화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우리나라의 번영은 물론 인류문화의 발전에 더욱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4. 우리 문화의 재해석
이상에서 말했듯이 21세기가 새로운 문화의 의미와 역할을 요구함에 따라 각국은 문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중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문화력은 새로운 국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새롭게 각광을 받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과 현대문화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주지하디시피 우리 문화는 우리 민족이 오랜 역사를 통해 발전시켜온 소중한 삶의 가치로서 평화, 화해, 발전의 정신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문화를 포함한 우리 문화를 건강하게 계승, 발전시켜오는데 큰 기둥이 되고 있는 이와 같은 소중한 정신은 문화가 역사의 흐름과 발전을 주도하는 21세기에서 대단히 중요한 가치로 인류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와 같은 우리 문화의 가치를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알맞게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첫째, 우리 문화가 인류문화의 진보를 위해 대단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문화의 인문적 가치를 제고하는 일입니다. 그 기준은 우리 문화가 인류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고 인류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화합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인류문화가 진보될수록 반목보다는 화합이, 갈등보다는 협력이 더욱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아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우리 문화는 더욱 편리하고 안락한 인류생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변화되고 발전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또한 문화의 경제적 가치를 제고하는 일입니다. 미래문화는 과거문화처럼 소수에게 국한되거나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다양한 인류사회의 구성원이 실생활에서 골고루 향유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으로 변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래문화는 인류가 이제까지 이룩해 온 경제와 과학의 성과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생활문화로 발전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셋째, 우리 문화의 특징인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문화정신이 더욱 빛을 발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문화의 미래적 가치를 제고하는 일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인류가 이룩해온 빛나는 과학문화는 인간생활을 편리하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이라는 새로운 폐단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 우리 문화는 이와 같은 폐단을 극복하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로 발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문화의 가치 측면에서 볼 때 우리 문화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는 평화, 화해, 발전의 정신은 이제까지 전개되어온 세계의 정치, 경제, 과학의 새로운 흐름을 위한 다양한 안목과 방향을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세계 인류로부터 많은 이해와 성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문화 창조자의 자세
우리 문화가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인류문화의 진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의 단순한 재해석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흐름을 창조하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문화의 역할이 갈수록 각광을 받고 있는 현재 세계는 새로운 경쟁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 경쟁은 바로 어느 나라가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새로운 문명표준을 만들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역사 발전을 주도해온 강대국 역사의 흥망은 바로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문명표준을 누가 만들었는가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그 핵심은 단순한 문화예술의 안목을 초월하여 과연 새로운 문명표준이 정치, 경제, 과학, 철학적 측면에서 인류로부터 보편적 가치로 받아들여짐과 동시에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얼마나 기여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 문화에 대해 주는 시사점은 바로 우리 문화가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가 보유하고 있는 가치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일보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라는 기반 위에 우리 문화가 보유하고 있는 평화, 화해, 발전과 같은 전통적 가치를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인류의 행복 증진을 위한 새로운 보편적 가치로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인류가 창조해온 모든 문화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전제가 있어야만 비로소 인류에게 환영받는 새로운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21세기의 특징은 다양한 국가, 다양한 문화 속에 호혜적 가치가 존중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21세기는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21세기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국경과 이념을 초월하여 세계가 교류하고 협력하는 시대라는 점입니다. 반면 과거는 이념에 기초하여 진영을 나누고 정치대국의 힘에 의해 일방적으로 문화를 전파하는 시기였습니다.
경제적으로 21세기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경제활동이 각 국가와 민족의 생활 방식과 조화를 이루면서 세계 각국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로 현지화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과거는 일부 경제대국의 대량생산 체계에 의해 세계 경제의 흐름이 좌우되던 시기였습니다.
문화적으로 21세기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상호존중과 이들 문화 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과거는 일부 정치대국, 경제대국의 문화가 일방적으로 세계 문화의 흐름을 독점하던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21세기 들어 문화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는 시기에 우리나라가 인류 역사의 발전을 위해 견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세계 인류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아량과 포용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아량과 포용의 자세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안목에 입각하여 모든 인류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표준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6. 문화의 재해석과 한국교육의 성찰
이와 같은 중요한 시점에서 우리가 새롭게 전개되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더 나아가 시대를 앞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도 새로운 각성과 분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 문화와 역사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문화와 역사의 창조적 역량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핵심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 교육의 진정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와 같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긍정적 노력보다는 우리의 과거를 자학적 안목에서 해석하는 우(愚)를 범했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육은 이와 같은 착오를 반성하고, 나아가 이제까지 단순히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울였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노력에서 이제는 시대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기 위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국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이 거두어 온 훌륭한 성과는 효과적으로 계승하고 부족했던 점은 과감하게 개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지난 30~4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현대화된 국가로 발전하였으며 우리 전통문화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잘 보존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6월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을 향해 던진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으며 또한 현대화에도 성공한 나라인 대한민국을 배워라”고 했던 찬사로도 입증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교육은 이와 같이 빛나는 문화와 역사를 포함한 과거사를 더욱 가치있게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더욱 빛나는 미래사를 만들기 위해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국민을 많이 육성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 출발점은 우리 과거사를 소극적이고 자학적인 안목에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자긍심이 충만한 안목에서 해석함으로써 우리의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해 나가는 일입니다. 그 방법은 우리 역사를 단순한 과거의 일로 치부하지 말고 보존, 재해석, 창조로 이어지는 맥락에서 미래지향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21세기 문화력이 진정한 국력을 상징하는 시대에서 우리 교육도 바로 이를 위해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
보존은 고대역사 뿐만 아니라 현대역사 속에서 표출되었던 우리 민족의 역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보존하는 일이 급선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30~40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해 지혜와 역량을 모으고 때로는 갈등과 반목을 겪으면서 어려운 과정을 지내오는 동안에도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존을 위한 노력은 이미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이를 통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전통문화 특히 조상들의 공동체와 나라 사랑 유적을 다수 발굴하여 보존했습니다. 이는 현대화 과정에서 체득한 현대문화와 어우러져 21세기 새로운 국력인 문화력을 이루는 재산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노력은 계속되어 우리가 살아왔고 또 살고있는 삶의 문화를 보존하는 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재해석은 우리 민족이 살아온 역사를 어떤 안목에서 바라볼 것인가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 우리는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를 너무 자학적인 시각에서 해석해 왔습니다. 그 과정은 고려시대 이후 이어져 온 사대사관, 일제시대에 유입된 식민사관, 분단 이후 발생한 이데올로기 사관, 현대화 과정에서 유입된 제3세계 민중사관으로 인해 우리 역사는 파괴되었고, 그 결과 우리 역사는 화합보다는 갈등이, 자긍보다는 자학이 주류를 이루는 부끄러운 역사관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고대사의 경우 자랑스런 문화 창조의 역사는 사라지고 주변국의 변두리 역사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현대사의 경우 단결과 조화를 통해 얻은 성공적 역사가 아니라 갈등과 투쟁의 실패한 역사로 둔갑하고 말았습니다. 고대사나 현대사의 자랑스런 업적은 갈등과 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단결과 조화의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그 역사는 국력이 세계 1~2위를 달리는 미국과 중국이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역사입니다. 그 이유는 한국이 훌륭한 고대사뿐 아니라 현대화에도 성공한 자랑스런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조는 우리 역사를 긍정적 시각에서 제대로 바라보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건전한 미래지향적 사관, 창조적 사관에 입각하여 우리 스스로를 건강한 국민으로 인식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인류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스스로를 자학적이 아니라 자긍적으로, 과거지향적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폐쇄적 국민이 아니라 개방적 국민으로 변화되어 가야 합니다.
7. 문화 창조와 한국교육의 과제
이상에서 보듯이 21세기 문화의 역할 변화 속에서 우리 문화와 역사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과 재해석을 통해 나타날 우리 문화의 새로운 변화는 인류가 일찍이 시도해 보지 못했던 참신한 문화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첫째, 문화 발전의 새로운 패턴을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 지배자와 민중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립이나 갈등이 아니라 문화적 소양이 풍부한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만들고 이를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향유하는 문화가 될 것입니다.
둘째, 오랫동안 세계를 양분했던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넘어선 문화가 될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의 통일 과정에서 나타날 새로운 문화의 흐름은 적어도 한반도의 통일 차원을 넘어 인류 문화를 구속했던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넘어서는 새로운 조화의 문화가 될 것입니다.
셋째, 우리 문화를 토대로 다양한 문화를 포용한 모범적 문화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선진국의 문화를 개방적으로 받아들여 현대화를 이룩하였고 전 세계의 가장 많은 국가와 지역에 진출해 있는 한인들을 통해 우리 문화를 전파하고 또한 다양한 인류 문화의 가치를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문화의 모습은 인류사회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21세기 문화의 역할 변화와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새로운 주목은 그 가능성을 크게 높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문화 역할의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동아시아가 자리하고 있고 더욱이 우리 문화는 일본과 중국문화에 비해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충실해 있기 때문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의 문화와 역사는 과거 타국의 문화를 수용하던 피동적 역사에서 팽창의 역사, 침탈의 역사로 변화되면서 미래의 문명표준을 만들 수 있는 능력에 회의를 갖게 하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문화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소망인 자유와 평화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중국은 동아시아 역사 발전에 가장 중요한 공헌을 하였지만, 불행한 현대사를 경험하면서 이데올로기 사관에 천착한 결과 스스로 문화와 역사를 파괴하였습니다. 현재 역사를 회복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지만, 인류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아량과 포용의 정신이 부족하고 세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정신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 능력 부족, 세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이해력 부족은 문화에 대한 편협적이고 부정적 사고를 갖게 하여 새로운 문명표준을 만드는 일을 어렵게 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소중히 인식하고 이를 21세기 문화시대를 이끌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심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육성해야 할 인재의 모습은 첫째, 자중자애할 수 있는 인재이어야 합니다. 스스로 자학하지 말고 스스로 존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사고와 언행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과 제3자를 존중해야 합니다. 그런 자신감, 아량, 포용을 가진 인재만이 성공할 수 있고, 바로 그런 정신에 입각한 교육자만이 그런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법입니다.
둘째, 인류 문화와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포용할 줄 하는 인재이어야 합니다. 전술했듯이 향후 세계 경쟁의 핵심은 과연 어느 나라가 새로운 문명표준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바탕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아량과 포용력을 가진 국민을 많이 보유하는 것입니다.
셋째, 미래 사회와 국가의 모습에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재이어야 합니다. 이제 하나의 국가에 하나의 민족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개념이 되고 말았으며, 향후 국가의 모습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함께 섞여 조화를 이루는 사회로 변화되어 갈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국가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포용하고 이를 국가의 미래 원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합니다.
8. 미래지향적 한국교육의 방향
이상에서 보듯이 21세기 동아시아의 의미는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문화의 역할 증대와 동아시아 문화 특히 한국의 역사와 문화의 가치에 대한 세계의 주목이라는 사실로 요약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 흐름을 창조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역사를 주도할 것인가 아니면 변방으로 밀려날 것인가? 그것은 여기 계신 교장 선생님들께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해석하여 학생들을 지도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재대로 해석하면 우리는 변화의 역사를 주도하게 될 것이고, 잘 못 해석하면 변방으로 밀려나게 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인류 사회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많은 일들을 실현시켰으며 현재에도 인류 역사상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도로 발달했던 문화국가의 후예로서 우리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통해서 우리 자신이 갈망해왔던 평화와 번영의 이념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개척과 성공의 과정을 거쳐 21세기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이끄는 국가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우리나라에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역할에 충실할 창의적이고 책임감 있는 인재를 많이 육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그 변화를 회피하지 않고 그 변화를 기꺼이 떠맡고, 나아가 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재를 많이 육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 역할의 중심에 바로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오늘 훌륭하신 교장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교장 선생님들은 우리 교육 발전을 위해 크게 공헌해 오신 자랑스런 분들입니다. 이제 21세기 문화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역할과 가능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미래 자산인 청소년들을 새로운 문화 창조자로서 자신감을 갖을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하는 대업(大業)을 기꺼이 맡아 주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 핵심은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이제까지 인류사회의 어느 누구도 가보지 못했던 길을 용감하게 걸어갈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교장 선생님 여러분께서 우리 문화와 역사의 가치를 자긍심에 입각하여 새롭게 해석하는 노력을 적극 전개해 주시고 이를 통해 우리 청소년을 훌륭한 인재로 많이 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고로 문화와 역사의 가치는 그 문화와 역사를 해석하는 후인(後人)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자학에 의한 해석이 이루어지면 그 문화와 역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불행한 문화와 역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고, 자긍에 의한 해석이 이루어지면 그 문화와 역사는 아주 훌륭하고 자랑스런 문화와 역사로 인식되게 되는 법입니다.
9. 맺음말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 여러분! 우리나라에 현대교육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를 전후하여 시작된 과거 100여년은 고난과 영광이 교차하는 시기였습니다. 나라를 잃고 참담한 지경에 놓이기도 하였으며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세계에서 가장 희망이 없는 나라도 전락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용케도 이와 같은 불행을 딛고 우리 자신의 소중한 노력과 희생을 통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발전하였습니다.
이제 새롭게 전개되는 또 다른 100여년은 우리가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국가로서 인류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순탄치 못했던 지난 100여년의 역사 속에서 고난을 극복하고 본격적인 발전의 길로 접어든 최근 30~40년 동안 이룩한 현대화와 그리고 전통적 문화정신을 통해 체득한 소중한 가치를 잘 조화시킨 새로운 문명표준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인류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적극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중한국문화원이 추구하는 목표 또한 이와 같은 정신에 입각하여 중국인들에게 한국문화 소개를 통해 한중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우리 주중한국문화원의 모든 활동과 역할은 이와 같은 방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 여러분들의 많은 이해와 성원을 기대합니다.
두서없는 말씀을 끝내기 전에 회고하고 싶은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있던 해에 대만에 파견되었던 기간 중에 대만 경제부 장관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대만 경제부 장관이 대만 국민들에게 호소했던 두 귀절이 아직도 저의 귓가를 울리고 있습니다. “不要太低估自己。我们已经是非常成功的人。(너무 자신을 비하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이미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입니다.)”라는 귀절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여기고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만이 더욱 성공할 수 있는 법입니다. 스스로 자학하는 사람은 영원히 자신의 장점을 발견할 수 없으며 이는 영원히 낙오되는 길을 가는 것과 같습니다.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더욱 소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길만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미래지향적 교육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