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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의 떠드렁산은 산인가 섬인가"

by 신한책 2023. 3. 16.

<양근리 앞 양강에 떠 있는 떠드렁섬은 오랜 전설을 품고 있는 명승지이다>

 

 

"양평의 떠드렁산은 산인가 섬인가"

 

양근리 떠드렁섬(충주산)에 대한 전설은 고려시대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1530년에 만들어진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처음 수록된 이래 그 이후 편찬된 읍지류 양근군기사에 빠짐없이 기록된 충주산에 대한 내용 중 고려 말의 명필인 한수(韓修, 1333~1384)의 시구 일부분이다.

 

(…)復行十許里歇馬登高岸 孑立江中山遮我望活汗 
土人前致辭彼本忠州 止於此故以忠州喚 
同行謂不誠皆發一笑(…)
 
다시 10리쯤 가서 말을 쉬게 하고 높은 언덕에 오르니 
외롭게 서 있는 강 가운데 산이 흐르는 땀으로 내 눈길을 가로막네.
여기 토박이가 앞에 나와 말하기를 저것이 본디 충주에 있던 산인데 
내려오다가 여기에서 멈추었다기에 충주산으로 부른다 하네.
동행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며 한 번 껄껄 웃었네.
 
한수의 시구대로 이 산은 충주에서 떠내려 오다가 여기 멈춰 충주산이라 한다는데 어디까지나 전설이다. 떠내려 오다가 멈춘 산이라 하여 떠드렁(랑)산으로 불렸고 한자로는 부래산(浮來山)이라 썼다. 이 산에는 인조반정의 공신인 이괄(李适, 1587~1624)의 아버지 묘에 대한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이괄은 어려서부터 말썽꾸러기로, 하라는 것에 반대로만 했다. 이괄의 아버지는 “내가 죽으면 떠드렁산 바위 밑에 거꾸로 묻어 달라”고 유언하였지만 정작 아버지가 죽자 이괄은 그 동안의 불효를 반성하고 유언대로 장사지냈다. 이괄의 아버지는 반은 용이요 반은 사람이었던지라 죽은 후 강으로 들어가 용이 되어 승천하려던 것이었는데 어긋났고 결국 뒷날 ‘이괄의 난’도 이 때문에 실패하였다는 것이 줄거리다. 예전 교과서에 실렸던 청개구리 이야기의 원형인 셈이다. 

그런데 이 산은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섬으로 불리었다. 용문산 줄기 하나가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서쪽 남한강으로 벋어내려 돌산 하나로 솟구쳤다가 이내 해발 62m의 타원형 돌산을 하나 더 빚어놓고는 강물에 맥을 풍덩 담그니 이 산이 바로 떠드렁산이다. 

용문산의 정기가 힘차게 내려와 뭉쳤다간 다시 뭉친 형상이다. 강심으로 들어가 끝을 담근 떠드렁산으로 인해 산 위쪽과 아래쪽 강 위에 모래가 점차 퇴적되면서 섬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1973년 팔당댐 건설로 물이 차오르면서 떠드렁은 지금과 같은 완전한 섬의 모습을 갖췄다. 

세월이 흘러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양평읍내로 들어가기 위해 넘던 고개를 깎아 왕복 4차선의 길을 내자 독립되고 외로워 보이는 고산(孤山)이 또 하나 생겨났다. 같은 줄기에 있던 산으로 모양도 비슷하니 현재는 둘이 어울려 형제 같은 모습이 되었다. 양평군이 이 산 북쪽사면에 인공폭포를 만들고 산위에 정자도 새로 지어 물안개공원이 되었다. 

산 이름에 걸 맞는 멋진 정자 고산정(孤山亭)에 오르면 동쪽으로 미봉 백운봉을 비롯한 용문산 줄기가 웅장하고, 서쪽으로는 떠드렁섬과 남한강의 시원한 강줄기, 양자산으로부터 양평의 안산인 백병산에 이르는 산줄기와 강상면 일원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내다보이고 양평읍내도 한 눈에 들어온다. 산 아래쪽 덕평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 강변에는 천주교 양근성지가 있고 건너 하류쪽 강변으로는 잘 가꾸고 다듬은 유료의 수목원인 들꽃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다. 

강 상류 양근대교 아래 섬은 4대강사업 덕분에 수변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양근대교 동단 아래에는 이 섬으로 들어가는 교량과 도로도 완성되어 걸어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들꽃수목원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는 하류의 섬은 산이 옛 모습 그대로 보전되어 수목이 우거진 호젓하고 아담한 섬이 됐다. 양평사람들은 지금 두 섬을 합해 떠드렁섬이라 부른다.

시내와 가까우면서도 양강(楊江, 양평 구간 남한강을 일컫는 애칭)이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조화를 이루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떠드렁섬은 물안개공원, 천주교 양근성지, 들꽃수목원 등과 함께 군민의 사랑을 받는 아늑한 휴식공간이 되었다. 양평을 찾는 관광객에게도 자랑할 만한 관광명소로서의 면모도 갖추었다. 

행정상 공식 지명이 ‘양근섬’이 된 떠드렁은 전설을 간직한 채 산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분명한 섬이 되어있으니 떠드렁섬이 맞는 것 같다.

 

이복재의 양평누비기